예비 엔진
제주로 가는 배가 큰 파도에 옆으로 기울었다. 부엌에서 선아는 냄비를 붙잡다가 손을 데었다. 그때 엔진 소리가 끊겼다. 식탁 아래에 앉은 수빈이 빈 컵을 꽉 쥐었다. “배가 왜 멈췄어요?” “금방 알아볼게.” 선아는 불을 끄고 수빈의 손을 잡았다. 창밖에는 비가 내렸고, 배는 바위 쪽으로 밀려갔다.
선장 민호가 계단을 내려오다가 두 사람을 만났다. “큰 엔진이 멈췄어요. 예비 엔진을 켜야 하는데 오래된 거라 방법을 모르겠어요.” 선아가 수빈을 계단 위에 세웠다. “여기 난간 잡고 있어. 내려오면 안 돼.” 수빈은 컵을 든 채 난간을 잡았다. 선아는 민호를 보고 말했다. “제가 그 엔진을 맡았었어요. 같이 가요.”
계단 아래 문 앞에는 상자가 넘어져 있었다. 민호가 상자를 밀자 선아가 좁은 틈으로 들어갔다. 예비 엔진은 방 안쪽에 있었고, 물이 선아의 신발까지 찼다. “어느 걸 먼저 해요?” 민호가 문을 잡고 물었다. “저 작은 밸브를 열어 주세요.” 민호가 밸브를 열자 선아는 엔진 옆 손잡이를 당겼다. 데인 손이 미끄러졌고, 손잡이가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위에서 수빈이 외쳤다. “바위가 가까워요!”
“한 번만 더 당겨요?” 민호가 물었다. “아뇨. 밸브를 조금만 닫아 주세요.” 민호가 밸브를 돌리는 동안 선아는 마른 소매로 손을 감쌌다. 선아가 손잡이를 끝까지 당기자 예비 엔진이 낮게 울렸다. “켜졌어요. 빨리 올라가세요.” 민호는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잠시 뒤 배가 바위에서 멀어졌다. 선아가 계단을 오르자 수빈은 빈 컵을 내려놓고 선아의 팔꿈치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