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의 마당
전주 골목의 오래된 한옥에서 대학생 민서는 싼 방을 빌렸다. 새벽 세 시가 되자 마당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누가 빗자루로 돌바닥을 쓰는 소리였다. 민서는 책을 덮고 방문 아래를 보았다. 문 아래로는 마당의 불빛만 길게 들어왔다. 소리는 사흘째 같은 시간에 났다. 첫날에는 이웃이 청소하나 보다 했다. 둘째 날에는 문을 열어 보았지만 마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소리가 방문 앞까지 와서 멈췄다.
민서는 골목 끝에 사는 주인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늦게 죄송해요. 또 마당에서 빗자루 소리가 나요.” 주인아주머니는 잠시 말이 없었다. “문은 열지 마세요. 제가 갈게요.” 민서는 전화를 끊고 문고리를 잡았다가 손을 뗐다. 마당에서는 다시 돌을 쓰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우물 옆에서 방문 쪽으로 천천히 왔다.
주인아주머니가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손전등이 있었다. “저쪽에서 들렸어요?” 민서가 우물 옆을 가리켰다. 주인아주머니가 불빛을 비추자 낡은 빗자루 하나가 벽에 기대 있었다. “저 빗자루 때문에 바람 소리가 나는 걸까요?” “바람은 없어요.” 주인아주머니가 빗자루를 집어 들었다. 마당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그대로 났다. 민서는 주인아주머니의 손에 든 빗자루를 보았다.
“여기 다른 분도 사세요?” 민서가 물었다. “아니요. 이 집에는 몇 년째 아무도 살지 않았어요. 학생이 오기 전까지요.” 주인아주머니는 손전등으로 빈 마당을 천천히 비췄다. 소리는 두 사람 사이를 지나 민서의 방문 앞에서 멈췄다. 민서는 열린 방문을 보았다. 방 안의 책상 아래에서 사각, 하고 짧은 소리가 났다. 주인아주머니가 빗자루를 두 손으로 꼭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