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표와 팝콘
민서는 오늘 극장에서 처음 일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얻은 첫 일이다. 민서는 표와 팝콘을 파는 곳에 선다. 박진수 과장은 옆에서 돈을 세고 있다.
“과장님, 정말 모든 영화를 다 보셨어요?”
“네, 여기 영화는 모두 봤어요.”
“영화 속 말도 다 기억하세요?”
“거의 다 기억해요. 한번 물어보세요.”
“지금은 일이 먼저 아닌가요?”
“맞아요. 손님이 오면 일을 먼저 해요.”
그때 한 남자가 표를 들고 온다.
“저, 이 표는 어디로 가요?”
박진수는 표를 보지 않고 대답한다.
“오른쪽 두 번째 문으로 가세요.”
“표도 안 보셨어요.”
“시작 시간이 세 시잖아요.”
남자가 가자 민서는 고개를 흔든다.
“진짜 다 기억하시네요.”
“민서 씨도 곧 기억하게 돼요.”
“저는 사람 얼굴도 잘 잊어요.”
“그러면 표만 기억하면 돼요.”
문이 열리고 준호가 들어온다. 민서와 같은 학교에 다닌 친구다. 민서는 준호를 오래 좋아했지만 말하지 못했다.
준호가 민서 앞에 멈춰 선다.
“네가 여기서 일해?”
“응, 오늘이 첫날이야.”
“그럼 표 한 장 주세요.”
“혼자 왔어?”
“아직은 한 명이야.”
민서는 표 한 장을 꺼낸다.
“팝콘도 먹을래?”
“두 사람이 먹을 만큼 주세요.”
“아직 한 명이라며?”
“한 사람을 지금 기다리는 중이야.”
민서의 손이 잠깐 멈춘다. 박진수는 작은 팝콘을 가리킨다.
“두 사람에게는 이게 좀 작아요.”
준호가 민서를 보며 말한다.
“민서야, 일 끝나는 시간이 언제야?”
“여섯 시.”
“영화는 여섯 시 십 분에 시작해.”
“그 사람은 늦게 오나 봐.”
“응, 지금 팝콘을 팔고 있어.”
민서는 준호를 쳐다본다. 박진수는 큰 팝콘을 꺼낸다.
“이 영화의 마지막 말도 아세요?”
민서가 묻자 박진수는 고개를 젓는다.
“오늘은 마지막이 아직 안 나왔어요.”
민서는 표를 한 장 더 꺼낸다.
“준호야, 큰 팝콘으로 바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