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옆의 커피
서울의 작은 회사에는 주인이 없는 책상 하나가 창문 옆에 있었다. 삼 일 동안 아침마다 그 위에 하얀 컵이 놓였고, 커피는 가득했다. 아무도 커피를 놓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컵에는 이름도 없었다.
“오늘도 있네요. 문은 밤 동안 잠겨 있었는데요.” 박 과장이 컵을 보며 지수에게 말했다. “어제 마지막으로 나간 사람이 지수 씨였지요?”
“네, 하지만 제가 문을 두 번 확인했어요.”
“내일도 이러면 비밀번호를 바꾸겠습니다.”
지수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려고 다음 날 아주 일찍 사무실에 왔다. 그러나 일곱 시 십 분인데도 책상 위에는 커피가 가득한 컵이 있었다. 지수가 컵을 만져 보니 아직 따뜻했고, 창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그때 지수는 수진의 노란 가방이 다른 책상 밑에 놓인 것을 보았다. 수진은 없었지만, 운동할 때 신는 신발도 보이지 않았다.
곧 계단 쪽에서 빠른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수진이 들어왔는데,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다.
“수진 씨, 벌써 회사에 왔다가 나간 거예요?”
“네, 가방을 두고 잠깐 뛰고 왔어요.”
지수는 창문 옆의 컵을 가리켰다. “그럼 이 커피도 수진 씨 거예요?”
“맞아요. 너무 뜨거워서 창문 옆에 두고 삼십 분 동안 뛰어요.”
“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제가 돌아오면 컵이 다른 곳에 있어서, 아무도 관심 없는 줄 알았어요.”
그때 박 과장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지수가 말했다. “비밀번호는 바꾸지 않아도 되겠네요.” 수진은 창문을 닫고 컵을 들어 한 번 마셨다. “오늘은 딱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