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가는 길
지수와 민호는 제주 올레길을 사흘 동안 걷기로 했다. 두 사람은 지도 한 장과 휴대전화 충전기 하나를 가방에 넣었다. 민호는 첫날부터 길을 많이 걸어야 한다며 빨리 걸었다. 지수는 뒤에서 지도를 폈지만, 바람이 자꾸 종이를 접었다. 두 사람 앞에서 길이 둘로 갈라졌다.
“바다 쪽이 남쪽이야.” 민호가 왼쪽 길을 가리켰다. “아까부터 바다가 왼쪽에 있었잖아.” 지수는 오른쪽 언덕길을 보았다. “길이 돌았어. 남쪽은 저쪽일 수도 있어.” 민호는 휴대전화를 꺼냈지만 화면이 바로 꺼졌다. “충전기는 있는데 꽂을 곳이 없네.” 지수는 지도를 다시 펴며 말했다. “잠깐만. 이쪽을 봐.” 그때 비가 굵어졌고, 지도 한쪽이 젖어 손에 붙었다. 민호는 바다 쪽 길로 몇 걸음 내려갔다. “여기 물이 벌써 올라왔어.” 지수가 손을 뻗자 민호가 미끄러져 주저앉았다.
“발을 움직일 수 있어?” 지수가 물었다. “천천히는 걸을 수 있어.” 민호는 돌을 잡고 일어섰다. 지수는 지도를 접어 가방 깊이 넣었다. “언덕으로 가자. 저 위에 지붕이 보여.” “남쪽이 아닌데.” 민호가 젖은 신발을 내려다보았다. “알아. 오늘은 마른 곳으로 가야 해.” 두 사람은 언덕길로 올라갔고, 민호는 지수의 어깨를 잡았다. 지붕 아래에 닿자 민호는 벽에 기대어 신발을 벗었다. 지수는 가방에서 젖은 지도를 꺼내 무릎 위에 폈다. 접힌 안쪽에 작은 화살표가 보였다. 화살표는 바다도 언덕도 아닌, 두 길 사이를 가리켰다. “내일 그 길을 찾자.” 민호가 말했다. 지수는 지도를 다시 접고 민호의 젖은 양말을 지붕 안쪽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