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속 한 시간 서른두 살 윤서는 오후 네 시 십 분에 지리산의 좁은 능선을 걷고 있었다. 올해의 첫눈은 처음에는 가벼웠지만, 십 분이 지나자 바람과 함께 얼굴을 때렸다. 윤서는 한 시간 안에 주차한 곳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두 길이 만난 곳에서 눈 덮인 표를 잘못 보고, 넓은 쪽 길을 골랐다. 윤서는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길은 점점 좁아졌고, 앞서 지나간 사람의 발자국도 없었다. 지도에서는 길이 오른쪽으로 돌아야 했지만, 이 능선은 계속 왼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핸드폰의 빨간 배터리 그림에는 한 칸만 남아 있었다. “잘못 왔네.” 윤서는 바로 아래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 산에서는 낮은 곳이 언제나 나가는 길은 아니었다. 그녀는 가방을 바닥에 놓고 숨을 열 번 천천히 쉬었다. 왼쪽 무릎은 아직 괜찮았고, 두 다리에도 힘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젖은 양말에서는 차가운 느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윤서는 핸드폰으로 현재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네 시 이십삼 분이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돌아온 발자국은 벌써 새 눈 아래로 반쯤 사라지고 있었다. “먼저 몸을 따뜻하게 하자. 급하면 또 틀려.” 윤서는 바람을 막아 주는 큰 돌 뒤로 갔다. 가방 안에는 물이 두 모금 정도 남았고, 떡 다섯 개와 컵이 있었다. 휴지 세 장과 불을 만드는 작은 기구도 있었다. 윤서는 돌 사이의 흙에서 젖은 잎을 치우고, 그 위에 휴지와 마른 가지를 놓았다. 마른 가지는 큰 돌 아래에서 찾았다. 작은 불은 두 번 꺼졌지만, 세 번째에는 가지 끝까지 붙었다. 윤서는 손바닥만 한 불을 크게 만들지 않았다. 바람이 갑자기 세게 불 수 있었고, 불을 끄는 데 쓸 물도 거의 없었다. 그녀는 컵에 깨끗한 눈을 담아 불 옆에 놓았다. 눈을 그대로 먹으면 몸이 더 차가워질 수 있었다. 컵의 눈은 금방 줄어들었고, 바닥에 물이 조금 생겼다. 윤서는 떡 두 개를 천천히 씹고, 따뜻해진 물을 세 번에 나누어 마셨다. 딱딱했던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자 그녀는 신발 끈을 더 단단히 묶었다. 오후 네 시 삼십이 분에 윤서는 핸드폰을 다시 켰다. 길을 잘못 고르기 전에 찍은 사진이 한 장 있었다. 사진 속에는 눈이 오기 전의 길과 흰 표가 함께 보였다. 표의 글자는 작았지만, 뒤에 선 나무와 검은 돌의 모양은 분명했다. 윤서는 사진을 크게 보다가 손가락을 멈췄다. 두 길은 비슷해 보였지만, 주차한 곳으로 가는 길은 나무의 왼쪽이었다. 윤서는 사진을 찍은 뒤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잘못 온 시간은 십이 분이었지만, 다시 올라가는 데에는 십팔 분쯤 필요했다. “좋아. 십팔 분 올라가고, 거기서 왼쪽이야.” 아래로 가는 길이 아니라, 위로 돌아가는 길이 가장 짧은 길이었다. 윤서는 핸드폰을 끄고 안쪽 옷에 넣었다. 남은 떡 세 개도 몸 가까이에 넣어 딱딱해지지 않게 했다. 윤서는 불 위에 눈을 올리고 막대기로 여러 번 섞었다. 연기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손을 가까이 대어 열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다음 가방을 메고 자신이 온 능선을 향해 올라갔다. 눈은 이제 발목 가까이 쌓였고, 바람은 옷 사이로 들어왔다. 윤서는 마흔 걸음을 걷고 열 번 숨을 쉬는 방식을 지켰다. 다리가 무거워져도 걸음 수를 늘리지 않았고, 쉴 때도 서 있었다. 앉으면 몸이 더 빨리 차가워질 것 같았다. 오후 네 시 사십 분에 오른쪽 발가락의 느낌이 약해졌다. 윤서는 발가락을 신발 안에서 계속 움직였다. 오십 걸음 뒤에는 떡 하나를 반으로 잘라 먹었다. 남은 반은 종이에 다시 싸서 주머니에 넣었다. “물 한 모금, 떡 두 개 반, 다리 둘.” 윤서는 가진 것을 입으로 확인하고 다시 걸었다. 지나온 길이 눈에 지워질 때마다 나무와 돌의 위치를 살폈다. 조금 전 바람을 피했던 큰 돌이 아래에 보이자 방향이 맞다는 것을 알았다. 오후 네 시 오십 분에 두 길이 만나는 곳으로 돌아왔다. 윤서는 핸드폰을 켜고 사진 속 나무를 실제 나무와 맞추었다. 사진에 있던 검은 돌은 새 눈 아래에서 작은 등처럼 올라와 있었다. 배터리 그림은 여전히 한 칸이었지만, 화면은 자꾸 어두워졌다. “왼쪽. 이번에는 확실해.” 윤서는 핸드폰을 끄고 왼쪽 능선으로 들어섰다. 이 길에도 발자국은 없었지만, 나무 사이에 노란색 표가 보였다. 백 걸음 뒤에는 같은 표가 하나 더 나타났다. 윤서는 두 번째 표를 손으로 만진 뒤에야 속도를 조금 높였다. 길은 잠시 올라갔다가 넓은 계단으로 이어졌다. 계단 아래에서는 바람 소리 사이로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윤서는 뛰지 않고 난간을 잡으며 한 칸씩 내려갔다. 무릎은 떨렸지만, 발가락에는 아직 느낌이 남아 있었다. 오후 다섯 시 육 분에 윤서는 눈 덮인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차 문을 열기 전에 남은 떡 반 개를 꺼내 한입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