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따라 놓인 물건
서울의 가온역에 첫차가 오기 전, 민서는 분실물 보관함 앞에서 주머니를 다시 뒤졌다. 어젯밤 보관함 열쇠를 잃어버린 뒤였다. 민서는 보관함을 열어야 아침에 들어올 분실물을 넣을 수 있었다.
복도 끝에는 청소 로봇이 멈춰 있었다. 로봇 옆 벽을 따라 장갑과 지갑과 카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민서는 그 줄의 끝에서 작은 열쇠를 발견했다. 민서가 열쇠를 집자 점검을 나온 기술자 지훈이 다가왔다. 지훈은 바닥과 로봇을 번갈아 보았다. “누가 로봇한테 이렇게 놓으라고 가르쳤어요?” 민서는 열쇠를 손에 꼭 쥐었다. “저는 몰라요. 밤에는 여기 사람이 없었어요.” 지훈은 로봇의 화면을 켰다. 화면에는 어젯밤 복도의 모습이 나왔다. 민서가 바닥에서 카드를 주워 벽 옆에 놓는 모습이었다. “아, 그 카드는 제가 뒀어요. 아침에 보관함에 넣으려고요.” “로봇은 사람이 물건을 놓은 자리를 카메라로 기억해요.” “그럼 제가 가르친 거예요?” “카드 한 장으로 시작한 것 같아요. 다른 물건은 옆에 놓았고요.”
로봇이 다시 움직이더니 의자 밑에서 동전 하나를 꺼냈다. 두 사람은 로봇이 줄 끝까지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로봇은 동전을 내려놓고 돌아섰다. 민서는 보관함 문에 열쇠를 꽂았다. “동전도 여기 넣을게요.” 민서는 줄 끝의 동전을 집어 보관함 안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