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기 전 고개 민수와 준호는 새말 집 앞에 서 있다. 오늘은 눈이 오기 전날이다. 두 사람은 산 너머 솔마을에 약을 가져가야 한다. 내일부터 새고개 길이 눈으로 막힌다. 민수는 가방을 메고 준호는 지도를 들었다. “준호야, 물은 있어?” “있어. 밥도 조금 있어.” “돈은?” “삼만 원 있어.” “그럼 가자.” 두 사람은 아침에 집을 나선다. 처음 길은 낮고 깨끗하다. 조금 뒤 길은 돌이 많아진다. 바람이 차갑게 분다. 민수는 가방을 다시 잡는다. “형, 잠깐 쉬자.” “아직 괜찮아.” “나는 괜찮지 않아.” “그래. 여기 앉자.” 두 사람은 큰 돌 옆에 앉아 밥을 먹는다. 준호의 손이 떨린다. 민수는 준호의 물을 열어 준다. “손이 왜 그래?” “차가워서 그래.” “장갑은?” “집에 두고 왔어.” “내 장갑을 써.” “형 손은?” “나는 괜찮아.” 길은 곧 작은 강으로 이어진다. 물은 차갑고 돌은 젖어 있다. 다리는 멀리 무너져 있다. 민수가 먼저 돌을 밟는다. 한 발이 물에 빠진다. “형, 돌아가자.” “돌아가면 약을 못 줘.” “눈이 오면 길이 없어져.” “그래서 지금 가야 해.” 민수는 나무를 찾아 강 위에 놓는다. 준호는 가방을 안고 천천히 건넌다. 중간에서 준호의 발이 미끄러진다. 민수가 준호의 팔을 잡는다. “놓지 마.” “안 놓아.” “정말 안 놓아?” “정말 안 놓아.” 둘은 강을 건넌다. 그러나 준호의 지도는 물에 젖어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 산길은 세 갈래로 나뉜다.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민수는 지도를 접고 산을 본다. “형, 길을 알아?” “몰라.” “그럼 어떻게 가?” “바람이 오는 쪽을 볼 거야.” “그게 맞아?” “아니. 그래도 가야 해.” 준호는 잠시 말이 없다. 그는 젖은 지도를 가방 안에 넣는다. “형, 내가 앞에 갈게.” “네가?” “응. 형은 약을 지켜.” “무서워도 갈 수 있어?” “무서워. 그래도 갈게.” 준호가 앞에서 길을 고른다. 민수는 뒤에서 준호의 발자국을 본다. 둘은 돌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 눈은 더 많이 내린다. 해가 지기 전에 두 사람은 산 중간의 작은 집에 도착한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문은 열리지 않는다. “이제 어디로 가?” “더 가야 해.” “형, 오늘 못 가면?” “오늘 가야 해.” 준호는 문 옆의 작은 창을 찾는다. 창은 조금 열려 있다. 준호가 손을 넣어 문을 연다.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간다. 방에는 마른 나무와 물이 있다. 민수는 젖은 신발을 벗는다. “형, 약은 괜찮아?” “괜찮아. 네가 지켰어.” “내일 눈이 길을 막겠지?” “그래. 그래서 새벽에 다시 가자.” 밤이 깊어지자 준호는 지도를 펴지 않는다. 그는 창밖의 흰 길을 보고 가방을 든다. 민수가 먼저 문을 연다. 준호가 뒤에서 말한다. “형, 이번에는 내가 먼저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