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와 민아는 오래된 친구다. 두 사람은 같은 동네에 산다. 집도 걸어서 십 분 거리다. 둘은 낮에 작은 가게에서 일한다. 저녁에는 같이 공부를 한다. 두 사람은 같은 학교에 지원했다. 그 학교에는 밤 수업이 있다. 일을 하며 다닐 수 있다. 지수와 민아는 함께 서류를 냈다. 시험도 같은 날에 봤다. 금요일 저녁, 둘은 식당에 앉아 있다. 식탁에는 김밥 두 줄이 있다. 휴대 전화도 나란히 놓여 있다. 오늘은 학교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민아가 물을 한 모금 마신다. “몇 시에 나온다고 했지?” “여섯 시라고 했어.” “지금 몇 시야?” “다섯 시 오십팔 분이야.” “시간이 정말 안 간다.” “김밥부터 먹자.” “너는 지금 밥이 들어가?” “안 들어가도 먹어야지.” 지수는 김밥 한 조각을 집는다. 하지만 오래 씹기만 한다. 민아는 휴대 전화를 다시 본다. “이제 여섯 시야.” “학교 문자가 왔어?” “아직 안 왔어.”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 보자.” “네가 먼저 봐.” “싫어. 같이 보자.” 두 사람은 지수의 휴대 전화를 본다. 지수는 자기 번호를 천천히 넣는다. 화면에 짧은 글이 나온다. 지수는 손을 움직이지 못한다. 민아가 작은 소리로 묻는다. “뭐라고 나와?” “붙었대.” “정말?” “응. 나 붙었어.” 민아는 화면을 다시 확인한다. 그리고 자기 휴대 전화를 든다. “이제 내 것도 보자.” “내가 번호를 넣을까?” “아니. 내가 할게.” 민아는 번호를 두 번 틀린다. 세 번째에는 번호가 맞는다. 화면에 다른 글이 나온다. 민아는 휴대 전화를 식탁에 놓는다. 지수는 그 글을 읽지 않는다. “민아야.” “나는 안 됐어.” “다시 확인해 보자.” “맞게 봤어.” “혹시 다른 곳도 있지 않을까?” “지금 그 말은 하지 마.” “미안해.” “너는 붙었잖아.” “응.” “좋겠다.” 민아는 가방에서 돈을 꺼낸다. 만 원짜리 한 장을 식탁에 놓는다. “내가 낼게.” “반씩 내기로 했잖아.” “오늘은 네가 내.” 민아는 가방을 들고 일어난다. 지수도 바로 일어난다. “같이 가.” “나는 혼자 갈래.” “민아야, 잠깐만.” “내일 연락할게.” 민아는 식당 밖으로 나간다. 지수는 문 앞에 서 있다. 길에는 퇴근하는 사람이 많다. 민아는 사람들 사이로 걸어간다. 다음 날 아침, 지수는 민아에게 전화한다. 민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점심에도 답이 없다. 저녁에는 짧은 문자가 온다. “오늘은 집에 있을게.” 지수는 답을 쓰다가 지운다. 축하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미안하다는 말도 다시 쓰지 않는다. 월요일 저녁, 지수는 민아의 집으로 간다. 손에는 작은 봉지가 있다. 봉지 안에는 두부와 달걀이 있다. 민아의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나야.” 문이 조금 열린다. 민아는 집에서 입는 옷을 입고 있다. “왜 왔어?” “밥 먹으러 왔어.” “우리 집에 밥 없어.” “그래서 내가 가져왔어.” “나 혼자 있고 싶다고 했잖아.” “그 말은 금요일에 했어.” “오늘도 혼자 있고 싶어.” “그럼 이것만 줄게.” 지수는 봉지를 내민다. 민아는 받지 않는다. “너 학교 갈 거지?” “응.” “나 때문에 안 갈 생각은 하지 마.” “그런 생각은 안 했어.” “솔직해서 좋네.” “거짓말하면 더 화낼 거잖아.” “맞아.” 민아는 문을 더 연다. 지수는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방 안에는 책이 그대로 쌓여 있다. 식탁에는 빈 컵 하나만 있다. “밥은 정말 안 먹었어?” “점심에 라면 먹었어.” “저녁은?” “아직 안 먹었어.” “두부 넣고 국 끓일게.” “네가 국도 끓일 줄 알아?” “잘하지는 못해.” “그럼 내가 할게.” 민아는 냄비에 물을 붓는다. 지수는 두부를 작게 자른다. 칼이 자꾸 두부 옆으로 간다. “너무 크게 자르지 마.” “이 정도면 작아.” “그건 큰 거야.” “그럼 네가 잘라.” “내가 다 하면 왜 왔어?” “같이 먹으려고 왔지.” 국이 끓는 동안 둘은 말이 없다. 민아는 달걀 두 개를 깬다. 지수는 밥을 두 그릇에 담는다. 민아가 먼저 입을 연다. “학교는 언제부터 가?” “다음 달부터 가.” “일은 계속할 거야?” “낮에는 계속 일할 거야.” “많이 힘들겠다.” “아마 그럴 거야.” “나는 네가 떨어질 줄 알았어.” 지수는 밥그릇을 내려놓는다. “왜?” “시험 보고 어렵다고 했잖아.” “정말 어려웠어.” “나는 잘 봤다고 생각했어.” “알아.” “네가 붙어서 화난 건 아니야.” “그럼 왜 나를 안 봤어?” “네 얼굴을 보면 내 결과가 생각났어.” “지금도 생각나?” “응. 지금도 생각나.” 지수는 국을 한 숟가락 먹는다. 국에는 소금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국이 짜다.” “물 더 넣으면 돼.” 민아는 냄비에 물을 조금 붓는다. 그리고 지수 앞에 다시 앉는다. “나도 내년에 다시 지원할 거야.” “같은 학교에?” “응. 밤 수업이 거기밖에 없잖아.” “그럼 내 책 줄게.” “책만 주지 마.” “그럼 뭘 해 줄까?” “시험 공부도 같이 해.” “알았어.” “학교 다닌다고 바쁘다고 하지 마.” “그 말은 안 할게.” “매주 화요일에 공부하자.” “화요일에는 수업이 있어.” “그럼 목요일.” “목요일은 괜찮아.” 민아는 휴대 전화를 열어 시간을 적는다. 다음 주 목요일, 저녁 일곱 시다. 지수는 자기 휴대 전화에도 같은 시간을 적는다. 민아가 냄비를 식탁 가운데로 민다. “국 더 먹어. 이번에는 안 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