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경기
오늘은 민호가 권투를 시작한 뒤 처음 하는 경기다. 민호는 마흔 살 회계사이고, 지금 새길 체육관에 있다. 민호는 회사 일을 끝내고 매일 여기에서 운동했다. 오늘은 돈을 받는 날도 아니고, 일을 하는 날도 아니다.
선생님이 민호의 손을 다시 묶는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몸이 무겁지 않아요?”
“조금 무겁습니다.”
“그러면 쉬어도 됩니다.”
“아니요. 오늘은 하겠습니다.”
맞은편에는 지훈이 서 있다. 지훈은 서른 살이고, 권투를 오래 했다. 지훈이 민호의 얼굴을 본다.
“마흔 살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괜찮겠어요?”
“괜찮습니다.”
“힘들면 바로 말하세요.”
“지훈 씨도 그렇게 하세요.”
심판이 가운데로 온다. “두 사람 모두 준비됐습니까?”
“네.”
“손을 내리면 안 됩니다.”
“네.”
경기가 시작된다. 지훈이 먼저 다가온다. 민호는 왼쪽으로 움직인다. 지훈의 주먹이 민호의 어깨에 닿는다. 민호는 한 걸음 뒤로 간다. 선생님이 소리친다.
“민호 씨, 눈을 보세요.”
민호는 지훈의 눈을 본다. 지훈이 다시 온다. 이번에는 민호의 주먹이 지훈의 몸에 닿는다.
“좋아요. 다시 가세요.”
민호의 숨이 빨라진다. 손과 다리가 무겁다. 회사에서 기다리는 일이 생각난다. 오늘 늦으면 내일 일이 더 많아진다. 그래도 민호는 손을 내리지 않는다.
“민호 씨,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네. 한 번 더 하겠습니다.”
지훈이 가까이 온다. 두 사람의 주먹이 거의 같이 닿는다. 민호는 넘어지지 않지만, 무릎을 잠시 굽힌다. 심판이 민호 앞에 선다.
“계속할 수 있습니까?”
민호는 지훈을 본다. 지훈도 숨을 크게 쉰다.
“계속하겠습니다.”
마지막 소리가 난다. 민호는 이기지 못한다. 지훈이 이겼다는 말이 나온다. 선생님이 물을 건넨다.
“후회합니까?”
“아니요.”
“내일도 올 겁니까?”
민호는 시계를 본다. 회사에서 전화가 세 번 와 있다.
“내일은 조금 늦게 오겠습니다.”
민호는 물을 마시고, 다시 손을 풀기 시작한다.